홀 몸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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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을 모두 출가시키고 혼자 살고 있는 류이순(68.서울종로구명륜동)할머니. 그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일찌감치 새벽 기도를 다녀와서 오전9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근처 혜화동 국민생활관 게이트볼 반에서 시합에 열중한다.
다음은 서울연희동 노년자원봉사클럽 행. 도시락을 싸서 생활보호대상 노인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돌아설 때마다 내게는 아직 남을 도울 여력이 있다 는 생각에 발걸음이 날아갈 것만 같다" 고 류할머니는 말한다.
올 2월 42년간의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임한 김경희 할머니(65).그의 주소는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시니어스 타워 다.
일명 실버타운. 남편과 사별하고 일남일녀를 키운 김할머니는 아들이 유학을 떠나고 딸도 결혼하자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김할머니가 다른 노인들 틈에 끼어 그저 무료함을 달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는 오산. 새벽5시에 일어나 남산을 산책하고 요일별로 헬스.수영.사군자.도예.영어회화.탁구.당구 등 시니어스 타워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화요일 오후에는 덕성여대 사회교육원에도 나간다. 오후11시가 되어 비로소 잠든다는 할머니는 정년퇴직 전보다 더 바쁘단다.
미국 렌튼시에 사는 70대 후반의 개리 하트포드 할아버지는 요즘 정말 행복하다. 젊었을 때 공장 직공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그는 이제야 비로소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조각가 의 길에 다가섰기 때문. 목공예를 배운지 3~4개월에 지나지 않지만 제법 그럴싸한 목각인형을 만든다.
결혼 이후 두 배로 늘어난 친족 챙기랴, 자녀 교육에, 내 집 마련까지 허리 펼 새 없었던 고단한 삶을 마감하고 내 인생은 나의 것 이 시작되는 시기가 바로 노년기. 이 노년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독신이든 가족과 함께 살든 심리적.물리적으로 홀로 서기 가 기본조건이다.
일본 동경도 노인종합연구소 시바타 히로시 소장은 "과거에는 젊은이의 부양을 받으며 사는 노인이 행복한 노인상이었지만 21세기에는 사회 참여와 주체적인 삶을 사는 노인이 행복한 노인상" 이라고 말한다.
실제 일본의 60세 인구중 약 95%는 남의 도움을 받지않고도 일상생활을 해낼 수 있는 건강노인이다. 또 과거와는 달리 현재 일본의 60~70대는 경제적으로 넉넉하다.
70년대 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쳐온 우리 나라도 서서히 경제력을 갖춘 건강 노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본격 노령화사회에 들어가는 2010년엔 더욱 늘어날 전망. 건강한 노년기 가 더 길어질 지금의 50대는 홀로 서기 준비가 발등의 불 이다.
서울대 최성재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이 되면 젊을 때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더 힘든 만큼 자신이 몰두하고 즐길 수 있는 거리 를 미리 마련해둘 것" 을 조언한다.
일본에서도 50대를 홀로서기 준비의 마지막 시기로 삼는다.
고이즈미 쿠니코(54.나라시도리미쪼)는 최근 퍼스컴을 배워 각지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과 전자메일을 주고 받는다.
2녀1남이 있지만 자녀와 함께 살기보다 친구와 함께 지내는 것이 더 좋다" 고 여기는 그는 나이들어 장거리 여행은 물론 이웃에 놀러가기도 여의치 않게 돼도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기 위해 이를 시작했다는 것. 남성이라면 요리.살림 익히기도 필수다.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에 사는 김 할아버지(73)는 지난해 상처한 후에도 자식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혼자 살고 있다.
평생 살아온 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데다 증권회사 객장에서 친구들과 지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 김할아버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려면 살림 기술이 필수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노년의 삶을 즐기겠다 는 적극적인 자세. 아내와 함께 인도어 골프장에서 골프연습을 하는 송상순(61.서울서초구방배동)씨는 "건강은 유한하므로 건강할 때 충분히 즐겨야한다" 며 "나 뿐 아니라 아내가 친구 모임이나 여행도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가사일을 서로 돕고 있다" 고 말한다.
건축가.유치원 원장이었던 이익수(64).임경자(61)씨 부부는 각각 95년.98년에 아예 그동안의 활동을 접고 지금은 부천시 복사골 어머니 합창단 지휘자와 단원으로 제2의 인생 을 즐긴다.
"노인이라고 해서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노인에게도 젊은이 못지 않은 정열이 있어요. 스스로 주저앉는 것이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익혀둔 아코디언 실력을 살려 96년 퇴직뒤부터 지금까지 3년째 노인들로 구성된 6인조 그린실버밴드 를 이끌고 있는 이수철단장(63.서울관악구봉천동)의 말이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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