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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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애교 섞인 거짓말이 적지 않았다.
우선 “팔아봤자 이문도 안 남는다”는 상인들의 능청스러움이 대표 격이다.
“시집 안 간다”는 노처녀의 단호함도 그에 만만치 않고. 여기에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어서 죽어야지” 하는 노인들의 넋두리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빤한 거짓말들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고정 비용이라도 뽑으려고 이문 안 남는 헐값 판매가 도처에 널렸고,결혼을 기피하는 비혼화·만혼화 증상이 젊은이들 사이에 번지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노인들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으니.농담도 안 통하는 사회. 삶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여유가 없어진 탓이다.
"특히 노인 자살 급증은 매우 심각하다".
지난해 61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3653명으로 2000년 2329명에 비해 3년 만에 56.8%나 늘었다.
매일 10명 꼴이다.
전체 자살자 중 28%가 노인이라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2003년 현재 61세 이상 인구는 대략 총 인구의 11.3%임을 감안할 때 노인 자살율은 대단히 높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이 왜 노년에 와서 죽음을 택했을까.원인은 다양하다.
가족 해체 경향,자식들의 무관심과 자식에 짐이 되기 싫은 노인의 자존심,노인복지제도 미비,사회적 무관심…. 그들은 그 와중에서 품위 없이 구겨지는 삶을 구차하게 연장하기보다 차라리 죽음을 택한 것이다.
결국 ‘황혼자살’은 사회적 타살인 셈이다.
일본은 자살자 수가 1년에 3만2141명(2002년)이나 되지만 아직까지 황혼자살이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는 소식은 들은 바 없다.
그들이 우리보다 효심이 각별한 때문일까. 아니다.
바로 사회복지제도의 차이다.
우리의 경우는 국민연금이 시작된 지 겨우 16년밖에 되지 않아 현재 60세 이상 노인의 대부분은 국민연금 수혜자가 아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국민연금제도가 완전히 뿌리내린 데다,간병이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양호보험도 노인들의 국민연금 수입에 기반을 두고 지난 2000년 시작됐다.
그렇다고 일본 노인들의 경제적 애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노인들이 매일매일 직면하고 있는 생사택일의 압박감은 훨씬 덜하다.
노인들의 살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어서 죽어야지” 하는 노인들의 역설적 주장이 우리 사회에 다시 넘쳐났으면 좋겠다.
농담과 역설이 사라진 사회는 이미 죽은 것이나 같기에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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